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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2012-05-08 (화)
ㆍ추천: 0  ㆍ조회: 2897    
역술인은 인생의 카운슬러 - 해동철학원 권영석 원장

 

역술인은 인생의 카운슬러

'오늘의 운세' 해동철학원 권영석 원장

에이블뉴스, 기사작성일 : 2012-05-08 17:16:32
임금이 하루는 잠행을 나갔다가 산속에서 날이 저물었다. 다행히 민가를 하나 발견하고는 하룻밤을 묵고자 청하였지만 집주인이 거절하며 조금만 더 가면 주막이 있다고 알려주었다. 그런데 그 집 대문에 붙어있는 글이 임금을 궁금하게 했다.

복수초  ⓒ청야  에이블포토로 보기 복수초 ⓒ청야
 
‘유아무와 인생지한(有我無蛙 人生之恨)’ 나는 있으나 개구리가 없는 게 인생의 한이라는 뜻이다. 도대체 개구리가 뭘까? 임금은 주막으로 내려가 저녁을 해결하며 주모에게 외딴집에 대해서 물어보았다. 주모가 말하기를 그 사람은 과거에 낙방하고 바깥세상과 단절하고 집안에서 책만 읽으며 살아간다는 것이다.

궁금증이 발동한 임금은 다시 그 집으로 가서 사정사정한 끝에 하룻밤을 묵어갈 수 있도록 허락을 받았다. 그리고 비로소 ‘유아무와 인생지한’의 개구리에 대해서 물어 볼 수가 있었다.

주인의 설명인즉, 옛날에 노래를 아주 잘하는 꾀꼬리와 목소리조차 듣기 거북한 까마귀가 살고 있었다. 하루는 꾀꼬리가 아름다운 목소리로 노래를 하고 있을 때 까마귀가 꾀꼬리에게 내기를 걸었다. ‘모든 걸 다 걸고 3일 후에 노래시합을 하자’는 것이다.

까마귀는 두루미를 심판으로 하자고 했다. 꾀꼬리는 어이가 없었지만 까마귀의 제안에 열심히 노래 연습을 했다. 그런데 까마귀는 노래연습은 안하고 자루 하나를 가지고 논두렁에 개구리를 잡으러 돌아 다녔다. 그렇게 잡은 개구리를 심판인 두루미에게 갖다 주고 뒤를 부탁한 것이다.

약속한 3일 후 꾀꼬리와 까마귀가 노래를 한곡씩 부르고 심판인 두루미의 판정만을 남겨두고 있었다. 꾀꼬리는 노래를 너무나 잘 불렀기에 승리를 장담했지만, 심판인 두루미는 까마귀의 손을 들어주었다는 것이다.

집주인의 이야기를 들은 임금은 자기도 과거를 보러가는 중이라고 말했다. 그리고 궁으로 돌아 온 임금은 임시과거를 개최하였는데 과거의 시제는 ‘유아무와 인생지한’이었다. 그 집주인도 과거에 참여 하였는데 시제를 보고는 그날 밤의 임금을 알아보고 큰절을 하고는 일필휘지로 답을 적어 과거에 급제했다고 한다.

이 이야기는 고려시대 문신인 백운거사(白雲居士) 이규보(李奎報, 1168~1241)의 일화라고 한다. 필자가 ‘해동철학원권영석 원장을 만나 그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생각난 이야기다.

인터넷에서 ‘백운거사’라고 치면 이규보 관련 글이 주르르 나온다. 그러나 백운(白雲)이란 한곳에 머무르지 않고 구름과 같이 떠돌아다니는 수행승을 이르는 말이다. 고려시대 사람 이규보 이후 수많은 사람들이 ‘백운’이라는 이름을 사용했고 언제부터인가 ‘백운’이란 스님 또는 역술인의 대명사처럼 되어 있었다.

해동철학원 권영석 원장  ⓒ이복남 에이블포토로 보기 해동철학원 권영석 원장 ⓒ이복남
 
권영석(47) 씨는 1급 지체장애인인데 부산 영도에서 4남 1녀의 막내로 태어났다. 가족들의 귀여움을 독차지하며 아장아장 걸을 무렵 털썩 주저앉고 말았다. 부모님은 자식의 병의 고쳐보려고 백방으로 노력했으나 백약이 무효였다.

“다섯 살 때부터 아버지에게 천자문을 배웠는데 그 때는 정말 하기 싫었습니다.”
아버지에게서 한문을 배웠다기 보다는 아버지가 억지로 가르쳤다. 침 맞고 주사 맞고 약 먹으며 겨우 기어 다니는 아이에게 아버지는 천자문과 사서삼경을 가르쳤던 것이다.

걸을 수가 없으니 밖에 나갈 수도 없었다. 죽으나 사나 한자 공부를 할 수 밖에 없었다. 학교에 갈 무렵에는 어머니가 어떻게 노력하셨는지 남항국민학교에서 방문교사가 나왔다. <부산시교육청에서 순회교육을 처음 실시한 것은 1991년이라고 하는데 권영석 씨는 1973년에 입학했었다-필자주>

4학년 때 처음으로 학교에 갔다. 처음에는 어머니 등에 업혀 갔으나 학교에서 좋은 친구를 만났다. 그는 그림을 잘 그렸다. 담임선생은 그의 미술 재능을 칭찬하며 그의 그림은 오랫동안 교실 뒤 게시판이나 학교 복도에 걸려 있기도 했다.

그는 그림을 그리고 싶었지만 부모님은 의대에 가라고 했다. 부모님의 바람과는 아랑곳없이 그는 열심히 그림을 그렸다. 어렸을 때는 어머니 등에 업혔다. 초등학교는 어머니 대신 친구가 주로 업어 주었는데 친구가 없을 때는 선생님이 대신 업어서 계단을 내려오기도 했었다.

고등학생이 되자 교실은 4층이었고 미술실은 교실을 내려와서 다시 올라가야 했다. 친한 친구가 같은 학교를 다니기는 했지만 날마다 친구 등에 업혀 다니기도 자존심이 상했다. 더구나 친구가 말은 하지 않았지만 친구의 등이 어린 시절처럼 마냥 푸근하지만은 않았던 것이다.

“안 당해본 사람은 모를 겁니다. 친구 등에 업혀 다니는 게 싫어서 미술을 그만 두었습니다.”

날마다 미술 선생이 찾아 와서 달래다가, 고함을 지르며 욕을 했다가 별의별 짓을 다 했지만 그는 꿈쩍도 하지 않았다. 아무도 그의 결심을 바꾸지 못했던 것이다. 그렇게 몇 개월을 지낸 후 그는 공부에 매진했다. 부모님의 소원대로 의대를 가기로 결심했던 것이다.

고3때 목발을 짚은 선배가 찾아왔다.
“의대 간다 매?”
선배는 때려 치라고 했다. 장애인 선배 하나가 의대를 지원했었단다. 필기시험에 합격했으나 비커에 물을 담아 옮기는 등 면접에서 몇 번이나 떨어져 결국은 자살했다는 것이다.

차라리 미술을 계속할 걸. 그러나 이미 때는 늦었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한창 장애인들이 금은세공을 할 때라 그도 금은 세공을 배웠다. 친구와 함께 금은방을 시작했는데 장사도 잘 되지 않을뿐더러 적성에도 맞지 않는 것 같았다.

하는 수 없이 다시 아버지 앞에 무릎을 꿇었다. 말이 그렇다 그거지 그는 무릎을 꿇을 수도 없는 장애인이다. 그의 아버지는 역술인이었던 것이다.

최정임씨와 권영석씨   ⓒ이복남 에이블포토로 보기 최정임씨와 권영석씨 ⓒ이복남
 
“아버지는 어느 절에서 고등학교까지 졸업을 했고, 그 후에 백운거사에게 역리학을 배웠답니다.”

아버지는 처음부터 그에게 역리학을 배우라고 했지만 그는 싫다 했었다. 그런데 먼 길을 돌고 돌아 이제는 선택의 여지가 없었던 것이다.

“천간 지지 60갑자를 배우고, 사주, 명리, 주역, 기문둔갑, 부적, 성명학 등 하루에 10시간 씩 한 10년을 배웠습니다.”

고등학교 때 친구 소개로 우연히 만난 여자에게 필이 꽂혔으나 여자 집안의 반대로 우여곡절 끝에 아내가 된 최정임(43) 씨가 옆에 있어 그나마 다행이었다.

“우리 집(영도)에서 해동철학원을 시작했는데 무슨 조화인지 손님이 끊이질 않았습니다.”

촛자에 홍보도 하지 않았는데 손님이 많아서 팔자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1년쯤 지나자 손님이 뜸해서 그 때부터는 전단지를 뿌렸다.

두 딸을 키우며 밥을 굶지는 않았다. 2001년부터 국제신문에 ‘오늘의 운세’를 연재하기 시작해서 지난 2010년까지 10년이나 이어왔다. 그리고 2012년 1월부터 에이블뉴스에 ‘오늘의 운세’를 연재하고 있다.

“오늘의 운세는 심심풀이 재미로 봐야겠지요.”
어떤 경우라도 맹신은 금물이란다. 인생의 참조로 생각하고 자기 것으로 소화해서 실생활에 잘 응용한다면 유용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정말 괴롭고 답답한 사람이 있다면 찾아옵니다.”
사주를 보러 오는 손님들은 대부분이 괴롭고 답답하고 어떤 아픔이 있어서 온다. 그러나 이를 이용해서 찾아 온 손님의 가슴에 오히려 무거운 돌을 얹어 주는 행위를 해서는 안 된다고 했다.

“사주란 일종의 카운슬러입니다. 없는 말을 해서도 안 되겠지만, 되도록 희망적으로 이야기하지요. 예를 들어 단명의 운이 있다 해도 둥글고 완만하게 말 할 수밖에 없습니다.”

큰 딸은 대학생인데 음대에서 피아노를 전공하고, 둘째 딸은 하고 싶은 것이 너무도 많은 고등학생이란다. 지금은 집에서 따로 나와 ‘해동철학원’을 운영하고 있는데 아내 최정임 씨가 그의 동반자이자 활동보조인으로서 출퇴근을 같이 하고 있다.

나라가 불의와 불법으로 얼룩져 있다. 그럼에도 사람들은 꾀꼬리처럼 노래를 연습하는 것이 아니라 개구리가 없음을 한탄하고 있다. 더구나 장애인은 이 땅에서 살기가 참으로 어렵다. 장애가 있거나 돈과 권력 즉 개구리가 없으면 아무리 실력이 있고 재능이 있어도 주류에서 멀어질 수밖에 없다.

그러나 권영석 원장은 더 이상 개구리가 없음을 한탄하지 않는다. 열심히 공부하고 가진 것에 감사하면서 즐겁고 행복하게 살려고 한다. 자신은 물론이고 다른 사람들도 모두 즐겁고 행복하게 살았으면 좋겠단다.

* 이복남 기자는 에이블뉴스 객원기자로 하사가장애인상담넷(www.gktkrk.net) 원장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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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복남 기자 (gktkrk@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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