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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2016-06-04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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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이든 물어보세요’ 플러스, 아니라는 수어

 

 

‘무엇이든 물어보세요’ 플러스, 아니라는 수어

가위표는 나쁘거나 하지마라는 부정적인 의미

에이블뉴스, 기사작성일 : 2016-06-03 16:38:51
KBS TV의 ‘무엇이든 물어보세요’는 29년 전통을 이어온 정통 교양정보 프로그램이라고 한다. 기획의도에도 ‘건강, 음식, 생활과학, 실생활경제를 포함 각 가지 생활정보 등 실생활에 꼭 필요한 아이템을 선정, 스튜디오에 전문연사를 초대해 정확한 지식을 전달하는 한편, VCR 취재를 통해 현장감 있는 정보를 제공하고 있으며, 전화상담석, 시청자전화 등을 마련, 시청자와 함께 교감하는 방송이 되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라고 되어 있다.

‘무엇이든 물어보세요’ 남녀 진행자의 가위표.  ⓒKBS 에이블포토로 보기 ‘무엇이든 물어보세요’ 남녀 진행자의 가위표. ⓒKBS
 
청각장애인은 잘 듣지 못한다. 청각장애인은 수어나 자막으로 해야 알아들을 수 있다. 그들은 오랫동안 수화(수어)로 대화했다. 농인이라고 불리기를 원하는 청각언어장애인들은 수어(수화언어)가 농인들의 모국어라고 한다.

「한국수화언어법」(시행 2016.8.4.)이 제정되었다.
제1조(목적) 이 법은 한국수화언어가 국어와 동등한 자격을 가진 농인의 고유한 언어임을 밝히고, 한국수화언어의 발전 및 보전의 기반을 마련하여 농인과 한국수화언어사용자의 언어권과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제2조(기본이념) ① 한국수화언어(이하 "한국수어"라 한다)는 대한민국 농인의 공용어이다.
② 국가와 국민은 한국수어를 사용하는 농인이 농정체성을 확립하고 한국수어와 농문화를 계승·발전할 수 있도록 협력한다.

얼마 전 수어를 사용하는 한 농인이 강주수 수어통역자에게 KBS TV의 ‘무엇이든 물어보세요’에서 ‘틀렸다’ 같은 의미의 가위표를 하고 있다며 KBS에서 왜 틀린 것을 방송하는지 물어 보더란다. 손동작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설마 틀린 것을 방송하지는 않을 것이고…….

강주수 수어통역자도 놀라서 필자에게 ‘무엇이든 물어보세요’를 한 번 보라고 했다. 과연 ‘무엇이든 물어보세요’를 진행하는 남녀 아나운서는 ‘무엇이든 물어보세요’가 생활의 플러스가 된다면서 가위표를 하고 있었다.

‘무엇이든 물어보세요’의 진행자들처럼 손을 어긋나게 포개는 것은 비장애인들에게는 ‘플러스’가 될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수어를 사용하는 농인들에게는 가위표(곱표)를 나타내며 틀리다, 아니다, 나쁘다, 하지마라, 못났다 등의 부정적 의미를 담고 있다고 한다.

필자가 또 다른 농인에게 ‘무엇이든 물어보세요’를 스마트폰 그림으로 보여주고 문자로 설명을 했더니 곱표는 안 된다, 나쁘다는 의미라며 “잘못 되다?” 하며 되물었다.

필자가 KBS에 전화를 해보니 ‘무엇이든 물어보세요’ 제작진 하고 직접 통화는 안 되고 상담실을 통해서만 가능하다며 알아보고 전달하겠다고 했다.

‘아이가 다섯’에서 송옥숙의 ‘안 돼’ 가위표.  ⓒKBS 에이블포토로 보기 ‘아이가 다섯’에서 송옥숙의 ‘안 돼’ 가위표. ⓒKBS
 
KBS2 TV 드라마 ‘아이가 다섯’에서 사위 안재욱이 아내가 죽고 없는 처가에 살고 있는데 아이가 초등학교에서 말을 험악하게 하자 담임이 장모를 불러서 아이 앞에서 말을 조심하고 부부간에 존댓말을 하라고 했다. 그럼에도 장인 최정우가 말을 함부로 하자 장모 송옥숙이 ‘안 돼, 하지마’라고 둘째손가락으로 가위표를 해서 남편을 제지시켰다.

‘아이가 다섯’에서 송옥숙의 손가락 가위표가 설마 수어를 알아서 수어로 말하는 것은 아닐 것이다. 그럼에도 비장애인들은 알게 모르게 생활 속에서 많은 손짓을 하고 있다. 수어 역시 한자의 상형문자나 회의문자처럼 일상에서 사물의 모양과 행동 등의 손동작 또는 의미가 합쳐진 모양이다. 그러니 가능하면 건청인들이 사용하는 손짓은 수어와 일치하면 좋겠다. 특히 많은 사람들이 보는 방송에서는 더더욱.

‘동네변호사 조들호’에서 조들호의 엄지손가락. ⓒKBS 에이블포토로 보기 ‘동네변호사 조들호’에서 조들호의 엄지손가락. ⓒKBS
 
KBS 월화드라마 ‘동네변호사 조들호’가 지난 31일 화요일에 끝이 났다. 조들호(박신양 분)는 ‘평생을 깨끗하고 정직하게 살아 왔다’는 검사장 신영일(김갑수 분)의 검찰총장후보 인사청문회에 증인으로 나가서 신영일의 거짓말과 부정부패를 낱낱이 까발렸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오른손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가 아래로 내렸다. 조들호의 엄지손가락 이 뜻하는 바는 짐작컨대 ‘당신은 최고였으나 최하로 떨어졌다, 내가 이겼고 당신은 졌다.’ 정도일 것 같지만…….

엄지손가락은 5지인데 5지를 위로 세우는 것은 최고, 칭찬, 격려 등이고, 아래로 내리는 것은 끝, 실패, 불합격, 떨어지다 등을 의미한다. 엄지손가락을 위로 세우거나 아래로 내리는 것은 드라마에서 뿐 아니라 일상생활에서도 많이 사용하는 비장애인들의 세계적인 공통어인데 수어에서도 그 의미는 일맥상통 하는 것 같다.

인터넷에서 찾은 몇 년 전의 ‘산’. ⓒKBS 에이블포토로 보기 인터넷에서 찾은 몇 년 전의 ‘산’. ⓒKBS
 
수어에서 ‘산, 형, 오빠’ 등은 가운데손가락 즉 2지를 세워 표현한다. 그런데 언제부터인지 세계는 지구촌이 되었고 미국에서는 가운데손가락을 세우는 것은 ‘엿 먹으라(fuck you)’라는 욕이 되고 있어서 산은 가운데 손가락을 옆으로 하고, 형이나 오빠 등은 양손을 사용하는 등 퍽큐와 모양을 달리하고 있다.

인류 최초의 공용어는 손짓발짓이 아닐까 싶다. 그래서 각국의 수화가 조금씩 다르기는 하지만 대체로 서로 통하는 것 같다. 그래서 필자의 사무실이 있는 부산역 맞은편에 있는 외국인거리에서 장사하는 사람 중에도 농인이 있다. 그들이 상대하는 외국인이 한국어는 물론 수어도 모르는데 장사하는 데에 별 어려움은 없는 것 같다. 물론 ‘퍽큐’는 미국수화는 아니고 그냥 미국의 욕일뿐이다.

강주수의 민원수어에서 ‘전화’.  ⓒ강주수 에이블포토로 보기 강주수의 민원수어에서 ‘전화’. ⓒ강주수
 
그 밖에 일상에서도 사용되는 손짓 중에 전화가 있다. 오른손 주먹에서 4지와 5지를 펴서 5지는 귀에 대고 4지는 입에 대는 동작은 수어로 전화인데 비장애인들도 즐겨 사용한다. 물론 수어를 알고 하는 것 같지는 않지만 그래도 수어와 일치하는 손짓이니 고맙고 반가운 일이다.

몇 년 전 ‘자동차 수신호’가 유행처럼 번진 적이 있었는데 그 중 오른손을 사용하는 신호도 더러 있었다. 우리나라의 운전대는 자동차 왼쪽에 있다. 그렇다면 오른손 수신호는 자동차 안에서 한다는 것인데 대부분의 자동차는 선팅이 되어 있고 설사 선팅이 되어 있지 않다고 해도 앞 또는 뒤의 운전자가 오른손을 어떻게 본다는 말인가.

‘교통안전공단 교통안전연구소’에서 만든 ‘개념운전자 되기’위해 나온 10개의 수신호 중에서 수어와 통일 되는 내용은 ‘③사람이 있어요’ 정도인데 사실 그 내용은 또 다르다. 이왕 만들 거면 이미 농인들이 사용하고 있는 동작을 함께 사용할 수 있게 수어와 통일되었으면 좋겠다.

자동차 수신호.  ⓒ교통안전연구소 에이블포토로 보기 자동차 수신호. ⓒ교통안전연구소
 
수어에서 사람은 주먹에서 4지와 5지를 펴서 흔드는 동작인데 이 동작을 볼에 갖다 대면 전화가 된다. 그런데 자동차 수신호에서 전화는 수어와는 다르게 하고 있다. 그런데 이 같은 수신호는 건청인에게도 익숙지가 않다.

일상생활에서 수신호나 손동작이 필요한 순간이 많이 있다. 음성언어가 들리지 않는 상황에서나 음성언어에 더해 언어전달을 효과적으로 하기 위해서도 손짓을 사용한다. 건청인들이 사용하는 손짓이나 농인들이 사용하는 수어는 사실상 크게 다르지 않다.

그렇다면 새로운 수신호를 만드는 사람들이나 파급효과가 큰 방송계통에 있는 사람들은 손짓을 수어나 일상의 손짓을 고려해서 표현했으면 한다. ‘무엇이든 물어보세요’처럼 내용은 생활에 플러스가 되는 정보라고 하면서 막상 농인들이 보면 ‘틀리다, 아니다, 나쁘다’로 인식되는 가위표(곱표)로 나타나고 있으니 「한국수화언어법」이 제정된 지금에도 안타까울 뿐이다.

수어는 상형문자(象形文字) 또는 회의문자(會意文字)로 이루진 것으로 모양이나 뜻을 유추해서 만들어진 말이자 글이다. 앞으로는 비장애인들이 손짓이나 몸짓 등을 사용하고자 할 때에는 상형문자나 회의문자에만 의존할 것이 아니라 배리어 프리(barrier free) 또는 유니버설 디자인(universal design) 즉 장애의 유무에 상관없이 누구나 손쉽게 쓸 수 있는 모든 사람을 위한 디자인이었으면 좋겠다. 조들호의 엄지손가락 같은.

* 이복남 기자는 에이블뉴스 객원기자로 하사가장애인상담넷(www.gktkrk.net) 원장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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