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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째마당 : 심학규 눈멀다
작성일 2002-11-09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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ㆍ추천: 0  ㆍ조회: 4319    
첫째마당10. 내가 몬 나수믄 화타팬작이 와도 벨 수 엄을끼이네..


▲ 엽전 / (dalkisuk)님의 포토앨범


의원은 심학규에게 백냥의 돈이 생겼으므로 정성을 다했습니다. 정성이라니요. 사실을 얘기하자면 백냥을 하루 빨리 뺏어 오려고 이것저것 비싼 약제를 마구 섰던 것입니다.

"요거는 한양에서 특별히 구해 온긴데 눈뱅에는 그리 좋다하이 한 번 서 보입시더"

"이기 요번 참에 연경서 새로 들어 온긴데 눈뱅에는 특효라 합디더"

"이 약으로 말할라 치믄 저 멀리 아라비안가 하는데서 온긴데 죽은 송장도 살린다캅디다"

"내가 이래 비도 갱상도 땅에서는 그래도 알아주는 박산데 내가 몬 나수믄 1)화타팬작이 와도 벨 수 엄을 끼이네 아지매도 각오 단다이 하고 있서이소."  

의원은 큰 소리 뻥뻥 치면서 별의별 약으로 온갖 처방을 다했으나 심학규의 눈은 나을 기미조차 보이지 않았습니다. 나을 기미가 다 뭔가요. 처음에는 오른쪽 눈을 다쳤는데 상처의 고름이 왼쪽 눈까지 옮아가서 눈 앞은 언제나 깜깜 절벽이고 머리 속은 열이 나고 온갖 망상이 악마구리같이 들끓어서 사는 것이 사는 게 아니었습니다.  

"이리 살아서 머 하겠노. 가문은 몰락하고 인자 눈까지 뱅신이 되서이 조상님을 무신 낯으로 볼 끼고."

심학규는 자신의 신세를 생각하니 한숨만 나오고 눈물과 한탄이 범벅이 되어 눈은 항상 짓물렀습니다. 무명수건 밑으로 누런 진물이 낮이나 밤이나 흘러 나왔습니다. 그러나 심학규는 모든 것을 부인 곽씨 손에 맡긴 채 말이 없었습니다. 그런 남편 심학규를 바라보며 애간장이 녹아 내리는 것은 곽씨 부인이었습니다.

"보이소 정신 좀 채리이소. 의원이 이번에 가져온 약은 죽은 송장도 눈을 뜬다 카이 쪼매마 기둘리 보입시더"

곽씨 부인은 그래도 희망을 버리지 않고 의원의 약방문대로 약을 달이고 심학규의 눈에 붙이고 하면서 온갖 정성을 다했습니다. 시간은 속절없이 흘러가고 백냥의 돈도 시간과 함께 곽씨 부인에게서 의원의 주머니로 흘러갔습니다.

"인자 해볼 만큼은 다 해본 기라. 목심 건진거나 다행이라 여기고 바깥양반 맴 단도리나 잘 하이소"

겨울이 가고 있었는데 의원은 더 이상 오지 않았습니다.

곽씨 부인은 남편 앞에서 결코 눈물을 보이지 않았습니다. 눈을 못 보는데 어떻게 보느냐구요?

우리말 '보다'는 눈으로만 보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습니다. 사람은 누구나 몸과 마음이 느끼는 감정 안이비설신의(眼耳鼻舌身意) 즉 육감을 전부 보는 것으로 느끼고 있으니까요. 노랫소리 들어보고, 꽃향기는 맡아보고, 좋은 음식 먹어보고, 고운 손 만져보고, 못된 사람 손봐주고,  어려운 일 해보고, 모르는 것 물어보고, 궁금할 때 가보고, 넋두리는 들어보고, 새 신은 신어보고,  새 옷은 입어보고, 님의 이름 불러보고, 버들가지 꺾어보고, 뒷집큰애기 훔쳐보고, 고갯마루 넘어보고, 높은산 올라보고, 돈 생기면 세어보고, 기분 좋아 달려보고, 기뻐서 웃어보고 슬퍼서 울어보고, 놀부 심보라면 못 먹는 감 찔러보고, 살기싫어 죽어보고, 죽어보다니요, 죽음이 끝이라면 죽어 볼 수야 없겠지만 아무튼 눈을 감았으니 눈으로 보는 것만 빼고는 다 볼 수 있다 이겁니다.

곽씨 부인은 삯일을 하는 틈틈이 눈에 좋다는 약을 찾아 다녔습니다.

"오늘 읍내 좀 댕기 올낀께 점슴 거르지 마이소"

곽씨 부인이 나가고 홀로 된 심학규는 한숨만 나왔습니다.

"이제 과거도 볼 수 엄서이 가난한 살림살이에 입에 풀칠하기도 어러불낀데 몰락한 가문은 언제 다시 일바시겠노, 요로코롬 뱅신까지 돼 뿌러서이 살면 머 하것노?"

눈감은 봉사라니, 앞을 보지 못하는 사람은 장님이나 봉사라고 한다는 것쯤은 알고 있었지만 그들이 눈을 감고 어떻게 살고 있는지 한번 본적도 없고 들은 적도 없는 심학규로서는 눈을 감고 산다는 것이 어떤 것인지 실감도 나지 않았고 다만 커다란 바윗덩어리가 가슴을 짓누르는 답답함에서 벗어나고만 싶었습니다.

이 무거움, 어둡고 두려운 갑갑함이 절망일까요. 아무리 생각해도 희망이라고는 보이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착하고 불쌍한 아내 곽씨 부인만 고생시키는 것 같아 견딜 수가 없었습니다. 그러나 정작 심학규가 느끼는 것은 미래에 대한 불안과 공포였는데 심학규도 그 사실은 미처 몰랐습니다.  

"차라리 내가 죽어 엄서지믄 저 사람 고생이나 덜 하것제"

심학규는 방법을 모색하기 시작했습니다.

"비상이 제일로 좋다  카더이만 어데서 비상을 구할 끼고."

"감내다리에서 널찌믄 너무 추불 끼고,... 동네 우사는 또 우짤고.. 칼로 가슴패기를 찌르믄 마이 아풀끼라..."

"눈만 본다카믄 산에 가믄 참한 버섯들이 만을낀데... 아참, 엄동설한에 버섯은 무신 버섯. "

심학규는 혼자 자문자답하면서 죽을 방법을 찾아 고심했습니다. 이 궁리 저 궁리 아무리 짜보아도 뾰족한 수가 없었습니다. 몇 날 며칠을 궁리한 심학규는 드디어 마음을 굳혔는지 조심조심 방을 나섰습니다. 그러나 눈을 다친 후 혼자서는 처음 나서는 걸음이라 방문에 걸리고 축담에서 굴러 떨어졌습니다.

축담에 부딪힌 이마가 아려서 손바닥으로 만져보니 끈적끈적 했습니다. 이마를 만진 손을 코에 갖다대어 보니 비릿한 피 냄새가 났습니다. 몇번이나 흥흥거리며 피 냄새를 맡아보다가 저고리 앞섶에다 손을 쓰욱쓰윽 문지르고는 뒷간 옆의 헛간 가마니 문을 들추고 가만가만 헛간을 더듬거렸습니다.  

"큰 독아지 야불때기에 있는 것 같더이만..."

심학규는 헛간 구석을 더듬어서 주둥이가 깨진 독 하나를 겨우 찾아내고는 독안에 손을 넣었습니다. 그러나 손에 잡히는 게 없었습니다. 팔을 뻗히자 바닥에 손이 닿았는데 심학규는 몸서리를 쳤습니다. 찬기가 느껴졌기 때문입니다. 심학규는 독안에 손을 넣은 채 한참을 망설이다가 독을 들어보았습니다.

독은 꽤나 무거웠습니다. 심학규는 가슴을 쓸어 내리며 깊은 한숨을 쉬더니 어렵사리 독을 들어서 입에 갖다 대었습니다. 독안에 든 약간의 물이 심학규의 입으로 들어갔습니다. 심학규는 벌컥벌컥 그 물을 마셨습니다. 그리고 심학규는 가슴을 쥐어뜯으며 헛간 구석을 헤매다가 쓰러졌습니다.

*****
1)화타(華陀) : 중국 동한(東漢) 말기의 뛰어난 외과 의사로, 이름은 부(敷) 이고, 자(字)는 원화(元化)이며, 지금의 안휘(安徽)사람이다. 삼국지에 관운장을 팔을 수술한 의사로 나오는데 위(魏)나라 조조(曹操)의 말을 듣지 않아 조조에게 살해당하였다.

2)편작(編鵲) : 성명은 진월인(秦越人)으로 중국 전국시대의 의학자이다. 장상군(長桑君)에게 의학을 배워 금방(禁方)의 구전과 의서를 받아 명의가 되었고, 괵나라(BC.655년 멸망) 대자의 급환을 고쳐 죽음에서 되살렸다는 이야기가 유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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