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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째마당 : 심학규 눈멀다
작성일 2002-09-14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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ㆍ추천: 0  ㆍ조회: 9179    
첫째마당 2. 양반은 얼어죽어도 짚불은 안쬔다

▲<여인천하에서 강수연(정난정)이 작수성례를 위해 목욕>

그런데 황주고을 심씨 가문은 어찌된 셈인지 오랫동안 과거에 급제하는 사람이 없었습니다.
가운이 기울어 가세가 곤궁해지니 뇌물을 바칠 돈도 없었습니다. 도와주는 일가 친척
하나 없어 쪼들리다보니 1)환곡을 빌려쓰고 이자는 눈덩이처럼 불어 나는데 갚을 길이 막
연하여 반달만 하던 땅뙈기며 값나가는 세간도 다 팔아 먹고 심학규 대에 와서 가문의 몰
락을 맞았던 것입니다.

그 시절에는 혼인도 같은 계급의 사람들끼리 가문과 가문이 맺어졌는데 심학규의 처 곽씨
부인 역시 몰락한 양반의 후손으로 2)작수성례를 한 처지였습니다. 가난한 집에는 가난한
여자가 시집올 수 밖에 없었던 것입니다. 간혹 돈 많은 상놈들이 양반집 규수를 많은 돈이
나 전답을 주고 사오기도 했지만 심학규와 곽씨 부인은 같은 계급의 양반인 것만은 틀림
이 없었습니다.

곽씨 부인도 양반의 후손이기에 어릴 때 예의범절과 3)삼종지도를 배웠기에 제사를 받드
는 법이나 손님을 접대하는 법을 비롯하여 동네 사람과 화목하고 가장을 공경하고 살림하
는 솜씨며 무슨 일이고 못하는 것 없이 다 잘하였습니다.

그러나 그것도 안방마님에게나 필요한 것이지 심학규네 처럼 찢어지게 가난한 집에서는 아
무 소용이 없었습니다. 아참 곽씨 부인이 예의바르고 남편공경 잘하고 이웃과도 화목하게
지내는 착한 성품을 기르고 닦아서 훗날 삯일이라도 잘 할 수 있었기에 아무 소용없다고
는 할 수는 없겠습니다.

어찌됐던 살림은 점점 더 곤궁해지고 목구멍이 포도청이라 곽씨 부인은 하는 수 없이 삯일
을 시작하였습니다. 자라면서 여자의 삼종지도를 귀가 따갑도록 들었고 그것이 여자의 삶
인 줄 알고 배웠기에 남편을 받들어 모시는 것을 천직이라 생각했던 것입니다.

심학규는 그래도 헌칠한 사내 대장부로서 4)사서삼경이며 과거 공부는 하느라고 했지만
글 읽는 것 외에는 해 본 일도 없고, 할 줄 아는 것도 없는 소심한 꽁생원이었습니다. 아
니 5)향시급제도 못해 봤으니 생원이라 부를 수도 없습니다.

자신은 아무 것도 할 줄 모르면서 아내가 아래 것들이나 하는 허드레 삯일을 다니는 것이
부끄럽고 창피하여 차라리 고향을 떠나자고 했습니다. 이사라니, 이 시절 보통 사람들은
마음대로 이사도 다니지 못했습니다. 그러나 심학규는 이사를 갈 수가 있었습니다. 왜냐하
면 양반이었으니까요.

"고향에서 살기도 이레 힘이 드는데 딴데가서 우째 살끼라꼬 자꾸 그케샀심미꺼?"

"그래도 임자가 상것들이나 하는 품을 팔러 다니니 차라리 모리는 마실이라면 덜 남사시럽
겠소. 그라이 고마 고향을 떠납시다. 가차븐 곳에 복숭아 마실이 있다카이, 그 마실 사람
들은 인심도 좋고 물자도 풍족하다카이 그로 한번 가봅시더."

"그나 여나 다 같은 갱상도 땅인데 무신 수가 생길끼라꼬 자꾸 이사는 가자꼬 그캄미꺼?"
   
심학규는 싫다는 아내를 달래어 도화동으로 이사를 와서 마침 복숭아 나무밭 산자락에 빈
초가 한채 있어 눌러 앉았습니다. 이사를 못 가는데 웬 빈 초가가? 그 집은 아랫마을 김
진사댁 6)외거노비 덕구네가 살던 집인데 얼마전 주인댁에서 덕구를 다른데로 팔려고 하
는 눈치를 채고 야반도주를 했었습니다. 덕구네가 7)추노나 안당했으면 좋으련만.

도화동은 8)배산임수의 명당자리로 뒤로 산이 깊고 산 아랫자락에는 넓은 복숭아 과수원
이 있고 그 산 어디서부턴가 시작되는 작은 물줄기가 개울을 이루고 개울이 모여서 제법
큰 강을 이루었는데 사람들은 그 강을 감내라고 불렀습니다. 감내를 사이에 두고 웃마을
아랫마을 사람들이 옹기종기 모여 살았습니다.

심학규네 집 앞을 흐르는 개울에는 징금다리도 있고 아랫마을 강에는 제법 길다란 나무다
리도 있었는데 사람들은 그 다리를 감내다리라 불렀습니다. 감내다리를 건너 큰 길을 따라
서 시오리쯤 가면 황주읍내 저잣거리가 나오고 읍내에는 황주현감이 사는 관아가 있었습니다.

심학규는 낯선 마을로 이사 와서 초라한 행색에 누구하나 대접해 주는 이 없고 땅뙈기 한
마지기, 땡전 한푼 없는 처지지만 명색이 양반이라 두손 포개고 글만 읽었습니다. 할 줄
아는 것도 없었지만 양반이라는 체면 때문에 일을 해 볼 엄두도 못 내었습니다. 그래서 양
반은 얼어 죽어도 9)짚불은 안 쬔다나 어쩐다나.  

곽씨 부인은 고향에서처럼 도화동에서도 삯일이라도 해야 입에 풀칠이라도 할 수 있기에
일거리를 찾아야 했습니다. 고향마을에서 삯일하던 양반집 노비에게서 귀덕이네를 소개받
아 그 이웃에 자리잡고 귀덕이네와는 친하게 지냈으므로 일거리는 귀덕어미가 알선해 주었습니
다.

*****
1)환곡[還穀] : 빈민구제를 목적으로 평시에 양곡을 저장하였다가 흉년이나 춘궁기에 대여
하고 추수 후에 회수하는 것인데, 이는 의창의 소관이었다. 그러나 16세기에 들어오면서
의창은 원곡(元穀)이 부족하여 유명무실하게 되었고, 물가조절기관인 상평창이 이를 대신
하였다. 그런데 환곡을 회수할 때 모곡(耗穀)이라하여 10%의 이자를 함께 받았는데, 이것
이 점차 고리대(高利貸)로 변하여 갔고 전세수입이 감소되자 환곡이 국가재정의 주요한 기
반이 되어 갔다. 조선 후기의 탐관오리들은 이를 기화로 허위장부를 작성하는 번질[反
作], 저축해야 할 양곡을 사사로이 대여한 가분(加分), 겨나 돌을 섞어서 한 섬을 두 섬으
로 불리는 분석(分石), 창고에 없는데 실물이 있는 듯이 보고하는 허류(虛留) 등 작폐가
매우 심하여 민란의 주요 원인이 되었다.

2)작수성례[酌水成禮] : 물을 떠 놓고 혼례를 치른다는 뜻으로 가난한 집안에서 구차하게
혼례를 치름을 이르는 말.

3)삼종지도[三從之道] : 여자가 지켜야 했던 도리. 곧 어려서는 아버지를 따르고, 시집가
서는 남편을 따르고, 남편이 죽은 뒤에는 아들을 따라야 했던 일. 삼종의탁(三從依托).

4)사서삼경[四書三經] : 사서는 《대학(大學)》 《논어(論語)》 《맹자(孟子)》 《중용(中
庸)》을 말하며, 삼경은 《시경(詩經)》 《서경(書經)》 《주역(周易)》을 이른다.

5)향시[鄕試] : 조선 시대에, 각 도에서 관내의 선비들에게 보이던 초시(初試)로 과거(科
擧)의 제1차 시험. 문과 ·무과 ·생원진사시(生員進士試)에서 8도에서 처음 보는 시험으
로 매 식년(式年) 8월 보름 이후에 실시하였다.

6)외거노비[外居奴婢] : 노비는 관청에 소속된 공노비와 개인에게 소속된 사노비가 있는
데 외거노비는 사노비에만 있었다.  외거노비는 솔거노비와 마찬가지로 주인의 재산으로
인정되어 상속 매매 증여가 가능하였고, 주인의 의사에 따라 솔거노비로 전환될 수도 있었
다.

7)추노[推奴] : 도망간 노비를 수색하여 연행해 오는 것.

8)배산임수[背山臨水] : 산을 등지고 강을 바라보는 지세(地勢)

9) 짚불 : 짚이나 왕겨 등을 태우는 겻불,  곁불로도 쓰이는데 곁불은 ‘불 쬐는 곁에서
비집고 앉아 불을 쬔다’는 뜻으로 별 것 아닌 것에 기댈 경우에 쓰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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