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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로애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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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무아
작성일 2007/09/27 (목)
ㆍ추천: 1  ㆍ조회: 2183    
[쫄병수첩. 7] --- 낙오
“ 쫄따구 수첩.8 --- 낙오 ”
155마일 전선에도 어김없이 시간은 흐른다
철책이 간첩은 막을수 있을지라도 시간은 막을수가 없고
또한 막아서는 절때로 안된다.

2개월간의 철책선 근무후
후방으로 전 부대가 내려왔다
후방이래도 민통선(민간인 출입통제 구역)안이다
저녁8시부터 행군을 시작하여 도착하니 새벽 5시.

행군원칙은 학창시절 수업시간과 똑같다
50분 걷고 10분 졸고, 50분 걷고 10분 자고...

부대입구에서는 짚차로 먼저 도착한 높은 사람들이
환영의 박수를 치고 있다
그리고 막걸리 한사발씩 마시라고 준다
역쉬 군바리에게는 막걸리가 최고다.

그 캄캄한 밤길을 한번도 안넘어지고 내려온
내가 자랑스러워 막걸리 한사발을 쭈~욱 들이킨다
팽~~ 돈다.

추운겨울이 지나고 따뜻한 봄이 오자
그때부터 훈련이 시작된다
제일 첫번째 훈련이 체력단련을 위한 구보.
완전무장으로 10km를 한시간 안에 주파 하는 것이다
이론상으로 가능하지만
아니 다른 넘들에게는 가능할지
모르지만 나에게는 100% 불가능한 일이다

국민핵교 운동회때 달리기 할때도 항상 1,2,3등을 양보 해왔고
고등학교 체력장 할때 1000m를 달릴때도 항상 꼴찌 군단에 속해 있었으며
훈련소에서도 하사가 포기한 넘이 바로 난데
어떻게 1km도 아닌 10km를 뛴단 말인가...

들리는 말에 의하면 구보하다가 낙오하면
그날밤에 고참한테 거의 반죽음이 된다고 하던데...

전 부대원이 구보 준비를 한다
방법은 1개소대씩(약 30명) 뛴단다
군대는 조직이기 때문에 한명이라도 낙오하면
상사가 엄청 욕을 먹는다나 어쩐다나
그건 내 알바 아니고...

서상병이 엄청 나를 챙긴다
군장도 제일 가벼운 걸로 골라서
모포도 제일 가벼운 걸로 골라서
그리고 내몸에 딱 맞게 군장줄도 줄여서
직접 내몸에 메어 준다.
그리고 별거 아니니까 힘내라고
격려까지 해준다.

제일 앞줄에는 짠밥 조금 먹은 일등병이 4열서고
그뒤에는 우리 동기3명과 기타 한명이 서고
다음에는 상병이 서고 --- 이들의 임무는 우리가 낙오되지 않도록
철두철미 하게 감시(?)하는 것이다
--- 감시 한다고 그게 마음대로 되나!----

출발과 동시에 달리기 시작한다
그런데 엄청나게 빨리 달린다
내가 볼때는 미친개에게 안물릴려고
도망치는 속도와 거의 같다고나 할까
내가 어찌 그 속도를 당해 낼 수가 있겠는가

내 생활신조는
生死不事 大忠行步 인데...
굳이 내식대로 풀이 하자면
죽고사는 일이 아니면 대충대충 넘어가자는 것이다.

조금 뛰고 나니까 호흡도 가빠오고 눈앞이 뱅글뱅글 돈다
그와 동시에 생존본능을 위한
나의 잔머리도 뱅글뱅글 돌기 시작하더니
바로 눈앞 스크린에 안전수칙이 쫘~악 뜨기 시작한다.
1. 10km 뛰기는 완전 불가능하다,
2. 낙오 하면 뒈진다
3. 어차피 낙오는 한다
4. 지금 낙오하나, 더 뛰고 낙오하나, 낙오하는 것은 똑같다
5. 즉, 뒈지는 것은 똑같다
6. 어차피 낙오 할것, 지금 하는것이 낫겠다
라는 결론이 나는 순간 그대로 엎어지면서 한바퀴 굴렀다.
내가 생각해도 기막히게 굴렀다

철모는 튕 하고 벗겨져 나갔는데 어디갔는지 모르겠고
소총은 저쭉 옆으로 떨어져 나갔고....
등에 맨 군장만은 내등에 찰싹 붙어 있다
참으로 군장끈이 질긴게 원망 스럽다
내뒤에 오던 씩씩하고 잘난넘들은 쓰러진 나를 피해
잘도 달려 나간다.
완전 군대 체질들이다
--- 말뚝 박아라! 이노무 손들아!

조금 있으니까 원병장이 나를 일으켜 세운다
어디서 주워 왔는지 철모도 씌워주고 총도 가져다 준다
--- 이런것은 안 가져다 줘도 되는데--- 참으로 친절하셔!
그리고 내등에 있는 군장을 벗기더니 자신이 둘러멘다
그러더니 뛰어가잔다

보통 체력이 아니다
군장 2개를 메고 뛰어가자니... 역시 짠밥은 짠밥이다
그러나 내가 누군가
개기는데는 도사가 아닌가
죽어도 못뛰겠다고 하니까 기가차는지 걸어가잔다.

조금 걸어가니까 아주 반가운 넘이 하나 보인다
나와 같이 총 하나만 덜렁 둘러메고 걸어가는 놈이 보인다

야 !반갑다... 동지가 생겼다... 니가 있어 정말 위안이 된다...
라고 하고 싶지만 어디 상황이 그런 상황인가!

그런데 자꾸 걸어가면 걸어갈수록 나와 같은 동지가
하나 둘씩 눈에 띄기 시작한다
그때부터 움쳐렸던 어깨가 조금씩 펴지기 시작한다
내만 낙오됐나 뭐...
여기도 있고 저기도 있고 요기조기도 있고...
참 많네 뭐...

조금 있으니까 앰블런스가 이옹이옹하고 달려온다
완전히 '칵'하고 쓰러진 넘도 있는가 보다
어이쿠 쪼다 같은 시끼...
그렇게 대갈빡이 안돌아 가나..비이잉신 짜아식

그런데 벌써 반환점을 돌아서 열시미 뛰어 오는 넘들이 눈에 보인다
그중 한넘은 무전병인데 10kg쯤 되는 무전기를 등에 지고
가볍게 뛰어온다
체격은 나와 별 차이도 없이 호리호리 한것 같은데....
완전히 군대 체질이다.
갑짜기 그넘이 부러워 지기 시작한다.

결과는 약 50%이상이 낙오다
원인은 기온이 너무 높은 것을 감안하지 않고 무리하게
구보를 했다는 것이다
정말 천만다행이다.
날씨가 쌀쌀했다면 큰일 날뻔 했다.

나중에 들은 이야긴데..
서열 3번째 고참 병장 김병장이 나를 찍었단다
절마는 분명히 낙오를 할 것이다
그러면 내가 저놈을 보살핀다면서 살살 걸어가면 되겠다고
혼자서 통빡을 굴렸다는 것이다
그런데 내가 1km로 못가서 캑 하고 꼬꾸라지니까
제일먼저 김병장이 당황했다는 것이다

통상적으로 아무리 삐리삐리 한놈이라도
최소한 3~4km는 달리고 나서 꼬꾸라지는 게 정석인데
거의 출발과 동시에 돌발상황이 일어나니까

더구나 고참 체면에 초반부터 얼씨구나 땡이로다 하면서
먹이를 덥석 물수도 없는 노릇이고
그래서 떨어지지 않는 발걸음을 억지로 떼면서
아쉬운 마음에 뒤돌아보고 또 돌아보고 하다가 결국은
반환점을 돌고나서 새로운 먹잇감을 찾았단다
까딱 했으면 10km를 다 뛸뻔 했단다

요때는 가장 불쌍한 표정으로 내무반 한쪽 구석에
폭삭 찌그러져 있는게 제일 좋다.

결론은 그날밤 아무일도 없었다.
타작 할 넘들도 팩 하고 쓰러졌기 때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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