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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무아
작성일 2007/11/22 (목)
ㆍ추천: 0  ㆍ조회: 2223    
[쫄병 수첩.11] --- 산불
“ 쫄따구 수첩.11 --- 산불 ”

작전에 실패한 군인은 용서 할수 있어도
배식에 실패한 군인은 용서 할수 없다.

주몽이 고조선을 세울때부터 구전 되어
내려오는 군바리의 절대절명의 수칙이다
(확인 된 바는 없다)
그만큼 배식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군바리들은 무엇을 먹는가?
가리는게 없다
일단은 무조건 잘 먹는다.
나오는 음식을 보면 우리집에서 먹는 것보다 훨씬 좋다
거의 중상류층 수준의 식사다.

이틀에 한번씩 고기는 필수다.
밥은 자유 배식이다
동작 빠른 넘은 매끼마다 두번씩 배식을 받아 먹는다.
콩나물과 두부는 하루 세끼 1년 365일 안나오는 날이 없다.
가끔씩은 내가 콩나물이나 두부공장에 취직한 것이 아닌가
하는 착각에 빠질때도 있다
이 두가지가 없는 군바리 반찬은 앙코 없는 진빵이다
밥, 국, 김치 기타. 즉 1식 3찬이다.

그런데 식사혁명이 일어났다
우리가 시범실시 부대가 되어
아침은 우유와 빵으로 대체한다는 것이다
즉, 우유 1팩, 둥그런 빵2개, 양배추 채설은것, 계란후라이 1개
소세지, 햄등이다
그런데 실지로 받아보니 양배추 채설은것 서너개,계란 한쪽,
소세지 눈꼽만큼(진짜다) 햄 엄지손톱만큼.

정말 그것 먹고는 배부르다는 소리를 못하겠던데...
그런데 점심식사까지는 든든한게 희한한다
밥풀떼기(일명:소대장,중대장)는 더 불쌍하다
샌드위치에 쨈 발란것 딱 두쪼가리다

완전히 아침의 양식화다
그것도 하루 이틀이지...
매일 먹다보니 속이 너글너글 거린다
김치가 엄청 생각난다

군대음식은 참 맛이없다
첫째가 영양이요
맛은 뒷전인것 같다.
가장 훌륭한 재료를 가지고 가장 맛없는 음식을
만드는 곳이 군대 취사장이 아닐까 생각한다

그래서 식사시 고추장과 간장은 필수다
쫄따구들은 밥에다 간장을 뿌려 비벼 먹는다
고참은 밥에다 고추장을 넣어 비벼 먹는다
돈이 있다고 쫄따구가 고추장을 사서 비벼 먹는다면
그것은 바로 괘씸죄에 해당된다
즉결 처분이다

고참인지 쫄따군지 밥색깔만 봐도 안다
밥이 연탄색깔이면 쫄따구고 모델 입수구리 색깔이면 고참이다
먹는데도 쫄따구의 설움이 엿보이는 대목이다
--- 나 제대하면 고추장만 먹을꺼야, 씨---

훈련을 나가면 취사장에서 소대분량의 밥과 국을
나무밥통과 국통에 넣어서 트럭으로 가져다 준다
우리는 밥주걱과 국자만 준비를 해가면 된다
그걸로 개개인에게 밥과 국을 배식해주면 된다

훈련중 점심식사 시간
밥통과 국통을 전달받아 식기에 밥을 배식할려고 하는데
주걱과 국자가 없다
--- 완전히 조땠따
그것을 챙기는 것은 우리동기 담당이었다.
난리가 났다
고참들이 방방뜬다.
... 오늘밤에 집합 할 생각해! 이노무 자식들이 빠져가지고
--- 하이고 주겄따

기지개가 온다
어디서 구해 왔는지 주걱과 국자를 가지고 직접 배식을 한다
아무말 없이... 표정도 없이...
사실 요게 더 무섭다.

따뜻한 어느 봄날
점심먹고 난 후
이론 교육을 받는 다고 연병장 한쪽 모퉁이에 앉아있으니
졸음이 몰려온다. 끄떡끄떡 인사 한다고 정신 없다
막걸리 마신 병아리 꼴이다

그런데 쉬는 시간만 되면 정신이 말짱해지고
개운하다. 희한하다
특히 요때 담배 한대 쭉 빨면 기가 막히게 좋다
사실 나는 담배를 군에 들어와서 배웠다
동기 세놈이 고참 한테 한대씩 터지고 나서
모두 변소 뒤 구석에 모여 깨갱 거리며 아픈 상처를
핥고 있을때 한놈이 담배를 한대 권한다
피워 보란다. 그러면 통증도 덜하고 기분도 괜찮단다

시키는대로 한모금 꿀꺽 심켰더니
머리가 팽 하고 돌면서 온 몸이 붕 뜨는 기분이다
늦도둑 날 새는줄 모른다고
그 뒤로 연거푸 2가치씩 줄 담배를 피우기 시작 했다
--- 왜 이래 우리나라 담배는 짧은 거지? 하면서

또다시 교육이 시작된다.
또 졸기 시작한다
한참 비몽사몽간을 헤메고 있을때
갑자기 비상벨이 울리면서 전원 집합 하란다
뭔가 싶어 뛰어갔더니
멀리서 연기가 모락모락 피어 오른다
부대 뒷산에서 산불이 발생 한 것이다

말로만 듣든 산불을 처음 보게 된것이다
전원 산불을 끄기 위하여 비상소집 한 것이다
산불진화를 위하여 동원된 장비는 소화기, 물 이런 것이 아니다
빗자루몽뎅이, 삽, 곡쾡이가 전부다
--- 이런것 가지고 무슨 불을 끈다는 말이고

이해 할 수 없는 일이 한 두가지가 아니다
하지만 여기는 군대가 아닌가
어디 상식이 통하는 세상인가
거저 까라면 까야하는 곳이 군대다.

그래! 가보자, 삽과 곡쾡이로 어떻게 불을 끄는지 한번 보자
산으로 올라갔다.
병사들은 건성건성으로
히히덕거리며 올라가고 있는데 선임하사 이상 장교들은
얼굴 색깔은 울그락 불그락
몸뚱아리는 왔따리 갔따리 정신이 없다
심각한 모양이다
그도 그럴것이
산 중턱에 탄약고가 있었서 만일 탄약고에 불이 옮겨
붙는 날에는 말 그대로 한 낮의 폭죽놀이가 되는 것이다.
진짜 볼 만한 구경꺼리다
그런데 쫄따구들은 탄약고에 불이 붙던 말던 관심이 없다
나역시도 별로 관심이 없다

그런데 산불,
그거 결코 장난이 아니다
가까이 갈수록 활활타오르는 열기가 내몸을 완전히
감싸는 것 같더니 정신이 번쩍 들 정도로 뜨겁다.
또다시 잠자고 있던 나의 생존본능 잔대가리가 재빠르게
돌아가기 시작한다.

1. 현재 내손에 들고 있는 소화도구는 타고 남은 사리빗자루 몽뎅이 하나
2. 이것 역시 불이 잘 붙는 인화물질이다
3. 만일 바람이 역으로 불었을 땐 까딱 잘못했다간 통닭구이 신세다
4. 현 상황에서는 이자리를 피하는게 상책이다.
5. 그렇다고 도망갈수도 없는 일이다
6. 결론은 최대한 안전한 곳에서 열심히 진화작업 하는 척 하는 것이다

그 방법이 뭘까? 고민하며 주위를 살펴보니
다 타고 남은 중앙에
둘레가 한아름 되고 밑둥이 잘린 내 키만한 나무가
꺼질락 말락 하면서 시커멓게 타고 있었다
옳커니 저거다.
쫒아가서 그 나무를 대상으로 열시미 그리고 더 열심히
진화 작업에 나섰다

타다 남은 빗자루 몽뎅이를 휘두르며 불을 껐다
불이 다 꺼질라하면 조금 쉬었다가...
다시 불이 조금 커지면 껐다가...
몇번 반복을 하니 아래에서 모두 내려오라고 한다.
마지막 일격을 가해 숨통을 끊어놓고 의기양양한 모습으로
내려왔다
내가 자랑스러웠다.

밑에 분위기가 심상찮다
사고가 난것이다
옆중대 소대원이 산불에 희생되었던 것이다

갑자기 역풍이 불어 불길이 되돌아오자
불길을 피하기위해 밑으로 내려오다 발아래
쳐 놓은 철조망에 걸려 미처 빠져나오지 못한채
당한것이다

그 전우가 누군지는 알지는 못한다
하지만 산불이 났다는 뉴스를 볼때마다
그때 희생된 그 친구가 가끔씩 생각이 난다

입대 할때 가지고 간 몸뚱아리를
그대로 전역 할때 가지고 나오는 것이
바로 부모에게 효도하는 것이고 나라에 충성하는 것이다.

고로 나는 효자고 충신이다.
손00 만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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