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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로애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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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무아
작성일 2007/12/10 (월)
ㆍ추천: 1  ㆍ조회: 2500    
[쫄병수첩 13] --- 연애편지
“ 쫄따구 수첩 13. --- 연애편지 ”

군대에서 최고의 즐거움을 3개 꼽으라면
첫째, 먹는것
둘째, 자는것이다
이것만 본다면 군바리는 돼지와 별 다를바 없는
아주 처참하고 불쌍한 인생이다

그러나 세번째 즉 편지가 있기에 군바리도 호모사피엔스라는
반열에 올라 갈 수 있는 것이다
여기서 편지라 함은 여자한테서 오는 편지를 말한다
친구에게서 오는 편지가 뭐 그렇게 짜다라 반갑겠는가

고참, 쫄따구 할것 없이 1주일에 한번 꼴로
편지가 오는 부러운 넘들이 있다
이넘들의 군생활을 보면 언제나 즐겁다
고참에게 두들겨 맞아도 즐겁고 밥 안줘도 즐겁다

그외 족속들은 돼지와 다를바 없다.
즐거움이란 먹는것과 자는 것 밖에 없으니까

가끔씩 고참들은 쫄따구에게 명령 아닌 부탁을 한다
연애편지를 공개 낭독 하라고 ....
그러면 쫄따구는 세상을 다 얻은듯
큰소리로 낭낭하게 읊조린다

편지 내용을 들을때는 위 아래도 없다
눈은 풀어져 있고, 입은 헤벌레~~,귀는 쫑긋!!

청산유수같이 흘러나오는 편지 내용속의 "자기"는
바로 자신이 되는 것이고....
그때 만큼은 하늘같은 고참이나 갓 들어온 신병이나 예외없이
짝 잃은 불쌍한 외기러기가 되어
대리만족을 느끼는
한갖 초라한 무지랭이 신세로 전락 하게 된다.

나도 그 족속에 속한다.
어쩔수 없다.
여자 하나 못사귀고 군에 온게 억울해 죽겠는데
고참노무시키들이 또 염장을 지른다

… 손일병
…옛!

… 너, 누나있냐?
… 없습니다
...여동생은?
...없습니다(사실은 있다)
… 아~~ 거짓말 치지 말고
… 정말 없습니다

… 그럼, 애인이나 여자친구는 있제?
… 없습니다
… 정말이냐?
… 예

… 일마이거 쪼다 아이가, 너 뭐 믿고 군대 들어왔냐?
그리고 대학 다닐 때 뭐했어?
너거 대학교에는 여자가 한명도 없냐?
혹시 너 호모 아이가?

정말 별의 별 소리를 다 듣는다

그래도 못 믿는 눈치다.
...만일 여자 한테 편지 오면 나한테 죽는다?
... 예

이러한 인터뷰가 끝난지 6개월이 지나도
여자는 고사하고 친구 가족에게도 편지 한통 안오니까
고참 왈
... 너! 혹시 고아 아니가?

어느날 고참이 나를 부른다
손에는 편지가 들려있다
... 너한테 편지가 왔는데, 김정화라는 여자가 보냈는데
분명히 여자가 없다고 했제?
... 내친군데요

내친구중에 정화라는 이름을 가진 대학 동기가 있다
이름이 여자이름 같아서, 필체 역시 여자 필체 같아서
오해를 많이 받는다.

군에서는 현대판 열녀가 있기는 있다.
군에서 바라본 열녀는 어떤 여자인지 한번 살펴보자

매주 편지 보내는 것은 기본이고
한달에 두번정도 종합선물세트를 보내온다
안에는 껌부터 사탕, 비스켙등 온갖게 다 들어있다.

한달에 한번 꼴로 화장품 세트와 비누 치솔 치약등
면도날까지 보급품을 공수 한다

분기별로 난닝구 빤추 양말 보급은 기본이고
철따라 영양제도 보내 준다.
그 정성이 눈물 겹다
그넘이 부럽다 못해 얄밉기 까지 하다

그런데 열녀의 수준을 넘어 망부석과 쌍벽을 이루는 여자도 있다
즉, 과자를 보내더라도 라면 3~4박스씩 보낸다
소대원과 함께 드시라고...
담배도 라면 박스채로 보낸다
--- 주로 보내는 게 청자담배다, 그당시 솔 한갑이면
청자 5갑은 살수있다 ------
전우들과 나누어 피우시라고...
스킨 로션도 큰 걸로 서너개 보낸다

서방님의 안전을 위해 모든 물량공세를 총 동원하여
방어벽을 치는 것이다

열녀가 직장을 다니는지 아르바이트 하는지 아니면
부잣집 규수인지는 모르겠지만
돈이 생기는 족족 몽땅 다 퍼붓는 것 같다
융단 폭격보다 더하다

그것뿐인가
거의 한달에 한번씩 면회는 기본이다
이것은 보통 정성이 아니면 안된다
여기가 어딘가
강원도 하고도 산꼴짜기 아닌가
오늘 날 처럼 도로가 발달된 것도 아니고
지금처럼 dog나 소나 다 차를 가지고 있는 my car시대도 아니고....

가장 결정적인 것은 자기 친구들(아무래도 알바 같다)을 통하여
애인 보다 높은 고참들에게 편지공세를 펼치는 것이다
가장 큰 즐거움이 편지 받는 것인데
쫄따구 애인 친구로 부터 향기 묻어나는 편지를
받는 고참들의 입은 귀에 걸리고...
우째 쫄따구가 귀엽고 이쁘지 않으리오!
그 쫄따구는 모든 것에서 열외다.

말 그대로 일편단심 민들레다.
--- 에고 에고 부러워라

군 시절동안 나는 편지를 잘 보내지 않았다
무소식이 희소식이라고 부모님께도 편지를
잘 보내지 않았다
사실 짜다라 쓸 말이 없었다
그리고 편지 할 곳도 없다

입대할때 부둥켜 안은 여자가 있나
손가락 걸은 여자가 있나
사실 그런 여자치고 3년간(정확히 30개월) 남자 기다리는 여자를
나는 본적이 없다.
--- 애고! 애고! 이렇게 해서라도 위안을 삼아야지 -----

청상과부는 수절을 해도
중년과부는 수절을 못한다고 하지않는가
남자 맛(?)을 본 여자가 어찌 불타오르는 청춘의 긴긴 세월(?)을
허벅지를 바늘로 찌르며 홀로 보낼수 있겠는가?

밤에 근무를 서고 있는데 밤하늘을 올려다 보았다
엄청나게 맑고 깨끗한 하늘 때문인지 별이 너무나도
선명하고 밝게 보인다
별이 저렇게 아름다운지 몰랐다.
갑자기 윤향기의 노래가 생각난다

<별이 빛나는 밤에>
너와 내가 맹세한 사랑한다는 그말
너와 내가~~~~~

가만히 불러보다가 그만 중지하고 말았다
더이상 부를수가 없었다
이유는.....
가사가 기억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군대에서는 두뇌가 필요하지 않기 때문에
아주 단순 무식해진다. 진짜다.
첫휴가 나올때 난 우리집 전화번호도 아리송했다.
진짜다.

군대있으면서 집전화 번호를 기억하는 것은
세가지 경우밖에 없다
첫째는 군생활이 편하다, 고로 언제 어느곳에서던지 집생각을
할 여유가 있을만큼 편하다

둘째 집전화번호를 잊어버리지 않기위해 매일 아침저녁으로
전화번호를 외운다

세째 숫자에 광적으로 집착하는 편집증 환자다.

실제로 아무 생각없이 먹고 자고 피동적으로 움직이고 그리고
항상 보는 것이 초록빛 자연과 푸른 하늘을 바라다 보니
입대 하기전에 0.2였던 시력이 제대할때 0.6으로
올라 버렸다.
입대전의 안경을 끼어 보니 눈이 핑핑 돌았다
(군대서 안경 뿌싸 먹은것만 해도 수십개다)

어찌어찌 해가지고 가사를 알아내어
백지에 받아 적었다
근무 설때 가사를 외우기 위해서였다.

일과후 조용히 앉아 노래가사를 보고 있는데 고참이 그것을
발견했는 모양이다
... 그건 뭐야! 이리 내놔봐
한참을 읽어보더니
... 야! 너 시 잘적네!
나원참!
진짜 골때리는 족속이다
무식하면 약도 없다하더니만 그말이 딱 맞다

... 그거는 시가 아니고 노래 가삽니다.
... 내가 시라면 신거야. 알겠어?
... 옛
대화 끄~읕.

더이상 대화가 안된다
벽보고 이야기 하는게 낫다.

... 손일병
... 옛
... 너, 편지 하나 적어봐!
... 무슨 편지 말입니까?
... 연애편지

사연인즉 쫄따구 넘들이 여자 한테 편지도 오고, 소포도 오고 하니까
배알이 뒤틀린 모양이었다
그래서 그당시 최고 인기 교양지인 '선데이 서울' 맨 뒷장에 있는
펜팔란에 여자 주소를 보고 빼껴와서는 편지를 보낼려고 하는데...
글 솜씨가 없어서 편지를 쓸수가 없단다
그래서 연애편지를 적어달라는 것이다.

대신 모든 작업과 청소는 열외고 덤으로 빵과 라면이 제공되는 것이다
기가 막힌 조건이다
마다 할 이유가 없다.
... 예, 알겠습니다

단, 조건이 있다
답장이 안오면 반 죽음이라는 것이다.
그런건 내 알바 아니다.
군생활이 언제 내일이 있었던가!
오늘 배부르면 장땡인데....

그런데 막상 없는 여자에게
편지를 쓸려고 하니 글이 떠오르지가 않는다
표적이 있어야 화살을 쏘고
골때가 있어야 공을 차지...

그래서 내가 오매불망 짝사랑 하고 있는 그녀의 얼굴을 떠올렸다.
그랬더니 글이 나오기 시작한다

TO : 달빛을 눈에 머금은 고혹적인 윤희씨에게
윤희씨!... 어쩌구 저쩌구
.........
........

1982. 0월 0일 23시 57분 35초

반짝이는 아침이슬 보다 더 영롱한
윤희씨의 브로찌가 되고 싶은
푸른제복의 사나이 김개똥 드림
.....................................................................................

나는 윤희를 아주 잘 알고 있지만 윤희는 나를 전혀 모른다
당대 최고 인기 영화배우 정윤희가 우째 나를 알겠는가!

내가 써 놓고 다시한번 읽어봐도 좀 유치하다.
그래도 갖다 바쳤다.
사랑이란 원래 유치 한 것이니까!

아니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고참넘이 시와 노래가사도 구별 못하는
골 때리는 넘이니까!

고참이 한번 쭉 읽어보더니 기가막히게 잘 썼단다
나원참! 내가 기가 막힌다
그편지를 필체 좋은 놈에게 줘서 다시 멋있게 적는다.

그런데 그여자에게서 답장이 온 모양이었다
정말 신기하다
그 여자의 심리가 궁금하다

그뒤로 편지 원본은 온 부대를 뱅뱅 돌았고 우리부대에서
발송되는 연애편지의 내용은 글자 한자 안틀리고
'선데이 서울'과 그리고 그 잡지와 쌍벽을 이루는 유사 교양지 '주간경향' 의
펜팔란에 실린 수많은 여자들이 받아 봤을 것이다.

정말 이상하다
왜 답장이 왔을까?
답장 한 여자들의 심리를 내 나름대로 분석을 해보았다.
아마도 두 종류일 것이라고 생각한다

첫째는 사~알~짝 맛이 갔거나 아무 생각이 없는 여자
가끔씩 이런 여자가 눈에 띈다 --- 특징은 혼자서 히쭉히쭉 잘 웃는다

둘째는 군바리를 심심풀이 땅콩으로 생각하고 가지고 놀려고 작심한 여자
후자의 여자들은 편지를 받아보고 한마디씩 했을 것이다
--- 군바리들은 무식하고 유치하다더니 그말 진짜네!!! ----

실제로 나도 편지를 받아 보았다
내가 편지를 보낸 적이 없는데 내앞으로 편지가 온 것이다
진짜다
그여자 이름은 박은희
도대체 이여자가 누군지 나도 모른다.

수십년이 지났는데 어떻게 그렇게 기억을 잘 하느냐고
물으신다면?.......
나는 희한하게도 시험에 안나오는 것은 기차게 기억 잘한다

그런데, 답장을 안 보냈는데도
또 편지가 온 것이다
2통 받아 봤다.
진짜다

이여자의 심리는 아마도 세번째 종류인것 같다.
:
:
:

즉, 골때리는 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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