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쫄병수첩.5] - 소원수리
[쫄따구 수첩.6] - 소원수리
하늘에는 구름이 흐르고
계곡에는 물이 흐르고
나뭇가지에는 바람이 흐른다
몸에는 땀이 흐르고
가슴에는 눈물이 흐르고
그리고... 그리고...
어김없이 연병장에는 세월이 흐른다
이 세상 모든 것이 흐르듯,
지옥같은 세월이...
영원히 정지 될것 같은 시간이...
흐르고 있다
지구가 태양 주위를 돌고 있다는 사실이
이렇게 뼈에 사무치도록 고맙게 여기지기는 처음이다.
신병교육 6주간이 마무리 시점으로 치닫고 있는
어느날 아침
하사 4명이 긴장된 얼굴로 왔다리 갔다리 한다
아침식사가 끝난후 지금까지와는 달리
아주 부드럽고 공손하다
그넘들의 얼굴을 살펴보니
코를 중심으로
세로로 반으로 쫙 쪼갰을 경우
왼쪽은 엄청 긴장되고 일그러진 얼굴 그 자체고
오른쪽은 소개팅 나간 여자 꼬시듯 엄청 부드러운 모습이다
우리들을 모아 놓고
오른쪽 얼굴 모습으로 한마디 한다
그리고 지금까지 여러분들에게 악하게 한것은
상사의 지시고.... 여기는 군대고...
특수 조직이고...사적으로는 아무런 감정이 없고...등등
자기 합리화 하기 바쁘다
우리들이 어리둥절 해진다
... 절마들 아침에 뭘 잘못 처먹었나, 갑자기 와 저라는데!
대갈빡에 총 맞은거 아이가!
여기서 웅성, 저기서 웅성, 여기저기서 웅성웅성, 와글와글.
조금 있으니까 연대에서 나왔다며 점잖은 말똥구리 하나가
부하 3명을 대동하고 들어왔다
이름하여 소원수리
한마디로 현대판 신문고다
훈련받는 동안에 구타, 욕설, 가혹행위 즉 잠을 안재운 다든지등등
그리고 애로사항이 있으면 기탄없이 나누어준 백지위에 적어란다
비밀은 절대보장 한다고....
--- 캬! 요놈들! 맛 좀 봐라. 기회는 왔다
아무리봐도 백지 한장으로는 안될 것 같고
최소한 대학노트 한권 정도가 있어야 내 한이 다 풀릴것 같다.
하사 표정을 보니 완전히 똥색이다.
우선 내만 보더라도 손톱 발톱 합해서 17개가 몽땅 빠졌다(진짜다)
물론 훈련 때문이라고 할 수도 있지만 훈련만으로 다 빠질수가
있겠는가!(오해 하지말길. 고문 받은 것은 없다)
그리고 왼쪽 막내발가락이 곪아 퉁퉁부어서 군화를 못신고 있다.
자대배치후 의무실에 갔더니 위생병 왈
... 너 발가락 자를려고 작정했제!
동기 한놈은 맞아서 한쪽눈에 핏줄이 터져 눈알 전체가 피멍이
들어 귀신 눈깔처럼 뻘것다
그 당시에는 구타금지가 군대에서의 가장 중요한 이슈이기 때문에
그런 사실이 발각되면 가해자는 바로 영창간다고 한다
자기 앞 선배 하사들 중에서 벌써 2명이 갔다왔다고 한다
--- 잘 빠졌다! 이넘들 -----
... 갑자기 인생이 불쌍 해진다
말똥구리가 귀신눈깔을 불러 세우더니 앞으로 나오란다
... 너! 이눈 왜 이랬어? 맞았지?
귀신눈깔은 하사 얼굴을 한번 쭉 훑어보더니
... 아닙니다. 넘어져 다쳤습니다.
... 넘어진게 아닌데! 공갈치지 말고 바른대로 얘기 해봐
맞았지? 누가 그랬어?
... 아닙니다. 넘어졌습니다.
군대의 가장 큰 특징이자 장점은 무조건 빡빡 우기면
그게 바로 진실이요 진리다.
100% 물증이 확보 되더라도 우기는데 장사없다
의리 있는 귀신눈깔이다
싸나이 중에 싸나이다
나보다 백번 낫다
나 같으면 달구똥 같은 눈물을 뚝뚝 흘리며
그넘 앞에까지 가서 집게 손가락으로 그넘 코를 콕
집어면서,
... 키힝~~ 사실 말 안할라 켔는데예~~ 꺼이 꺼이
바로 이사람이~~ 나를 두드려 패가지고
~~ 꺼이 꺼이~~ 이렇게 됐어예!
후일담으로
귀신눈깔은 PX에서 먹고싶은 모든것을
부페씩으로 실컨 먹었단다.(나좀 데려가주지)
실제로 자대 배치 받고 나서도
소원수리 받으러 연대에서 몇번 나왔다
절대 비밀보장을 철저히 외쳤지만
30분만 지나면 소대 고참들은 다 알고 있다
--- 고참은 오늘 낮에 네놈들이
무슨 짓꺼리를 했는지 다 알고 있다 ----
결국은 쫄따구만 골탕을 먹는다
그 뒤로 소원수리 받으러 오면
손을 부들부들 떨면서 적어 내려간다
--- 소대장님은요, 아주 자상 하고요,
고참들은 하나도 안 괴롭히고 잘해줘요
친행님 같아예....진짭니더 ---- 진짜 더러버 죽겠네! 쒸불!
말똥구리가 가고나서 며칠뒤
수료식준비가 한창이다
첫 훈련생 배출이기 때문에 사단장(별 두개)이 직접
온단다.
군대에서 제일 무습운게 하사인줄 알았는데
그리고 하사는 천하 무서운것이 없는 넘인줄 알았는데
더 무서운 게 있는 모양이다
천하고수 중대장도 쩔쩔멘다.
재밌다.
수료식날
잠자리비행기가 연병장에 도착하더니
별둘이 내린다
말로만 듣던 장군이다
그런데 나는 장군이 하나도 안 부럽다
내가 제일 부러운 건 병장이다
왜냐고? 곧 제대하니까!!
그뒤에는 여군하사 둘이 쫄랑쫄랑 따라온다
--- 와! 여자다.
여자를 처음본다.
무조건 이쁘다.
입대 6주만에 미적 감각이 완전히 상실 한 것이다
더불백을 메고 연병장에 집합했다
자대배치 받을 차례다.
3개연대 중에서 한곳에 배치를 받는다
그중에서 피해야 할곳이 암암리에 귀에 들린다
... 조7 연대 즉, 조뺑이 칠 연대(37연대)는 무조건 피하라.
하사가 이름과 부대를 외치면 신병은 그대로 복창한다
이름 부르고 연대 부르고, 배치가 시작된다
... 손00!
... 옛! 이병 손00
... 37연대
... 옛! 37연대
--- 닝기리 조또 , 복도 복도 이런 망할 놈의 복이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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